아들 만난 DJ, 무엇이 그를 기쁘게 했을까
아들 만난 DJ, 무엇이 그를 기쁘게 했을까
  • 정거배 기자
  • 승인 2007.04.27 0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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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업씨 출마는 ‘DJ의 작품’ 해석 가능-차후 안전판 역할 관측
무안신안 보선에서 당선된 김홍업씨가 26일 오전 일찍 서울 동교동 부친 DJ집을 찾았다.

이날 김 당선자는 부인과 함께 30분간 DJ와 대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DJ는 아들의 국회의원 당선에 매우 기뻐하며 홍업씨를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오후 김홍업 당선자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만나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신 것은 처음봤다. 평생 그렇게 반갑게 저를 맞이해준 적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여러 갈래 해석을 낳고 있다.

DJ의 이런 모습은 전국적인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홍업씨가 최종 출마 결심을 굳힌 이유는 ‘부친 DJ의 권유’ 때문이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 법하다.

더욱이 이희호 여사는 발음도 어렵고 거동도 불편한 90세를 바라보는 노구임에도 김후보 개소식에 이어 2차례나 무안과 목포에 내려와 아들의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섰었다.

이런 모습을 본 일부 지역민들은 “보통사람도 하기 어려울 텐데...영부인까지 지낸 사람이...”하면서 의아해 했다. 주민들은 이 여사가 선거전 전면에 나선 것은 실제로 DJ가 나선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 국가의 대통령과 노벨상까지 받은 가문에서 아들을 시골지역구 국회의원 시키기 위해 80을 한참 넘긴 노인이 ‘사생결단의 모습’으로 나선 것에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호남의 상징으로, 선생으로만 추앙했었던 주민들은 이번 무안신안 보선을 DJ 집안의 감춰졌던 ‘과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홍업 후보는 예상 밖의 득표율로 승리는 했지만 개표결과를 보면 적어도 투표장에 갔던 10명 중 5명은 김홍업씨를 반대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이번 선거 속을 들여다보면 김홍업 후보와 맞대결했던 적수가 없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재현 후보가 상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 후보 역시 70세라는 고령에 민선 무안군수를 2차례나 했던 인물이다.

특히 퇴직 직 후 불거진 군수 재임 시 승진 댓가로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수수 사건으로 구속 돼 유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 눈으로 보면 김홍업후보나 이재현후보의 뇌물죄 전과 부분에서는 상호 약점으로 상쇄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결국 나이 많은 무소속의 이재현 후보보다는 평소 지지하는 민주당 김 후보를 찍는게 차선 일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면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와중에 민주당 간판까지 걸고 나온 김홍업 후보가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한 사실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12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대법원 선고가 있기 한달전인 11월초부터 김홍업씨의 무안신안보선 출마설이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었다.

당시 지역에서는 김홍업씨 출마 사실에 대해 미처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분위기였었다. 지역에서는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는 반응이었다.

또 홍업씨가 내려오기 전인 3월초까지도 측근들은 “대의명분으로 볼 때도 무소속 출마”를 거듭 천명하기까지 했었다. 뿐 아니라 최측근 인사는 “(홍업씨가) 무소속으로 나오면 민주당이 가장 곤경에 처할 것이며 만약 김홍업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해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려와 지역의 차가온 민심을 확인 한 뒤 반전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출마의 변으로 내세웠던 대의명분을 순식간에 버린 채 민주당 옷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김씨측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과정을 짚어 볼 때 김홍업씨의 출마는 평화민주세력 통합이라는 명분보다는 차기 정권출범에 앞서 DJ 가문의 안전장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 그동안 덮어져 왔던 관련의혹들이 불거질 것에 대비해 방어선 역할을 국회의원 김홍업씨가 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한편 민주당은 26일 오전 박상천 대표 주재로 중앙당 회의실에서 당선자 환영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김홍업 당선자에게 최고의 축하를 보낸다”며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이자 중도개혁세력 통합의 승리”라고 밝혔다.

김홍업 당선자도 인사말을 통해 “무안 신안의 지역발전과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약속드렸고 50년 전통의 민주당이 하나의 중심이 되어 통합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당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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