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⑭]중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볼까?
[중국 ⑭]중국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볼까?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5.04.15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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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높게 평가 안해’. 유일한 경쟁상대는 미국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서 한류열풍의 매개가 됐던 드라마 <대장금>의 평균 시청률은 4% 대였다. 이런 시청률은 방송국이 천여개 가까운 중국대륙에서 높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 여론조사 결과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4편 중에 <대장금>에 포함돼기도 했다. 이는 대중문화인 한류는 일시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2005년 드라마 <대장금>부터였다. 물론 그 전인 지난 1997년 MBC의 주말 연속극 <사랑이 뭐 길래>가 중국 관영 CCTV 종합 1채널을 통해 방영돼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최민수, 하희라, 이순재, 김혜자 등이 출연한 이 드라마에서는 남편(이순재) 앞에서 꼼짝 못하는 아내(김혜자)와 자녀들의 모습을 보며 중국인들은 한국의 권위적인 가부장 가정문화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이후 남편 중심의 호주제가 없어졌고, 심지어 태어난 자녀도 우리처럼 당연히 아빠의 성씨를 따르는 게 아니라 엄마의 성씨를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아는 중국인 이름은 ‘손신’인데, 손은 아빠의 성이고 신은 엄마의 성이라고 했다. 다만 관행상 대부분 아빠의 성씨를 따른다. 뿐 만 아니라 중국이 넓은 대륙이라서 지역마다 관습과 사람들의 생활방식도 다르다. 개혁개방 이후 심지어 상하이 남자들의 경우 장보기, 청소하기, 요리하기가 특징으로 부를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리 천국 중국에서 여성요리사를 본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까.

상하이 남자, 시장보고· 청소하고·요리하고

인천과 마주하고 있는 산동성 옌타이(烟台)가 고향인 30대 초반 부부와 친하게 지낸 적이 있다. 그들은 한국에서 2년 동안 살다가 돌아갔는데, 이들 부부는 한국에서 생활 할 때도 아내가 거의 밥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안에서 남편이 대부분 요리를 하고 밥을 한다. 요즘은 중국도 대부분 맞벌이 가정이라서 부부 중 일찍 퇴근한 사람이 장을 보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들은 한국남자들이 퇴근 후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1차, 2차 술자리를 이어간 뒤 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광경도 신기하게 여긴다. 중국에서는 남편들이 퇴근 후 특별한 일없이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어울려 술 마시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술자리 안주문화도 우리와 다르다. 중국인들은 술을 마셔도 우리처럼 한 가지 안주만 주문해 놓고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맥주를 마시더라도 보통 함께 자리 한 인원 수 만큼 안주를 종류별로 시켜서 마신다.

드라마 <대장금>, 시청률 4%대로 ‘열풍’

<사랑이 뭐 길래>가 방영된 90년대 중반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민간교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인지 이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는 한국인들의 생활모습이 중국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중국인들은 한국의 깨끗한 모습과 경제발전 수준을 드라마를 통해 보면서 한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05년 중국에서 방영된 <대장금>은 지방방송인 후난위성TV가 처음 내보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유는 한국요리, 한국 의상, 전통의학 등은 물론이고 이영애 등 한국 연예인들의 미모도 한몫을 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대장금>은 중국인들의 잠자는 습관을 바꿀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보통 오후 9시~10시쯤 잠자리에 들어 아침 5시~6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갖고 있는 중국인들이 밤 10시~12시까지 2회분을 연속 방영하는 <대장금>을 보기 위해 저녁 7시경 식사를 하고 잠을 잔 뒤 밤 10시에 다시 일어나 12시까지 보고 잠자리에 들 정도였다고 한다.

당시 한국매체들은 <대장금> 드라마가 ‘중국대륙을 휩쓸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런 보도를 접한 한국사람들은 대략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과연 그랬을까? 결론은 당시 중국 주요언론이 내놓는 보도를 보면 베이징 등 12개 대도시 평균 시청률은 4.3%였다. 중국은 지방방송국까지 합치면 1천개 가까운 방송국이 있다. 이처럼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매체 홍수 속에서 한국 <대장금> 드라마가 시청율 4.3%를 기록한 것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대장금> 열풍은 드라마가 종영된 뒤에도 계속됐다. 필자가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될 때인 2008년 8월초 칭짱고원에 속하는 중국 서부 칭하이성 시닝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 중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 이름이 대장금이었다. 이곳에서는 한국음식인 김치찌개와 오무라이스 한국음식을 팔고 있었다.
또 칭짱고원 일대 시골시장을 갔더니 <대장금> 주인공 이영애 사진이 겉면에 인쇄된 샴푸를 팔고 있었다. 이영애와 이 샴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다.

대중문화 한류 일시적일 수도

벌써 수년이 지났지만 중국에 진출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최근 가수 싸이(38)가 최근 중국어 버전 '아버지'를 발표했다. 중국 출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郞朗·33)이 중국어 버전 '아버지'의 편곡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현재까지는 중국에서 한류가 대중문화로서 활발해지고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진출도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의 합작도 늘어나고 있다.

KBS가 지난 1월 8부작으로 방송한 <슈퍼차이나>는 제작진이 6개월 동안 세계를 돌며 완성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방송이 나가고 한 달 뒤인 2월 중순에 중국 CCTV를 비롯한 주요매체에서는 KBS의 <슈퍼차이나>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다큐 프로그램 방영으로 한국에서 ‘중국 붐’이 일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시청률까지 언급하며 보도했다.

통상 한국에서 다큐멘터리 시청률이 5% 안팎인데, <슈퍼 차이나>는 10% 이상을 기록했다며 프로그램을 제작한 박진범 PD와 인터뷰한 내용까지 내보낼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인이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이 한국을 이해하게 하는 등 양국 간 관계를 긴밀히 하는 매개로 작용할 것이다.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 <대장금>

그러나 중국에서 한류 드라마와 연예인들의 공연과 진출 등 측면에 한국을 싫어하는 혐한류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대중문화인 한류열풍 또한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 간 분위기에 따라서도 언제 어떻게 거품처럼 수그러들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장금> 방영 이후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 웹사이트인 <중국청년보>는 '2007년에 방영된 것 중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를 선택하라는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다.

중국 드라마까지 포함해 모두 60편이 투표 대상이 됐는데 <대장금>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의 4번째를 차지했다. <대장금>은 당시 투표에서 8만표(6.64%)를 얻어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로 꼽혔다. 사실 <대장금>이 열풍일 때 중국 일부 유명연예인들은 ‘침술은 중국에서 배워간 것’이라며 드라마 내용자체를 평가절하는 발언도 계속됐었다.

성형수술 부작용, 사드 한국배치도 논란도

최근에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수술 잘못으로 인한 부작용 뿐 만 아니라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해 웃돈을 주고 수술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중국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사드배치 논란처럼 중국인들은 한국이 중국과 무역을 통해 막대한 흑자를 내고 있으면서도 군사적으로는 미국에 기울어 있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한다.

한국사람이 중국과 중국인을 보는 나름대로 관점이 있다면 중국인 역시 한국인을 보는 시각이 있다. 안타깝지만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중국과 중국인들을 만만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정작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을 높게 보질 않는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필자 경험으로 봐서 일본을 싫어는 하지만 한국사람보다는 높게 보는 경향이 있다.

이미 언급했지만 중국인들은 세계에서 유일한 경쟁상대는 미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 중국인들은 미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고 있다.

2014년 현재 미국에 가 있는 중국 유학생은 27만4000명으로 세계 각국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중국인들은 9천700만명이 해외여행을 간 것으로 집계됐는데, 다른 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가는 등 중복도 되겠지만 그 중 5천800만 명이 미국을 여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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