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정치선전장으로 만들지 말라’
‘교회를 정치선전장으로 만들지 말라’
  • 정거배 기자
  • 승인 2006.02.16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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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 목사 1인 시위, 분별력 없는 교회지도자들 각성 촉구
‘선거 때마다 교회를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지 말라’
한 목회자가 지역교회 일부 지도자들을 향해 선거철마다 되풀이 돼온 정치로 교회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정종득 목포시장 부부는 일요일인 지난 12일 오전 목포시 상동에 있는 Y교회에 예배에 참석, 이 교회 목사의 소개로 200여명의 교인들 앞에서 인사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지난 13일 일부 지역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정시장이 교회를 방문해 단상에서 인사말을 한 것 자체가 선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기에 적절하지 못한 선거용”이라는 비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날 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A씨는 “정시장이 단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교회에 대한 덕담 등을 약 5분여에 걸쳐서 했고 예배가 끝난 뒤에는 현관에서 교인들과 악수를 나눈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예전같으면 대수롭지도 않은 의례적인 문제일수도 있지만 선거를 앞둔 시기에 불거진 일이라서 지역정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정 시장의 지역교회 순방은 일회적인 사례가 아닌 지난해부터 계속돼 왔다.

이와관련 목포공명선거기독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인 김양호 목사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교회가 정치선전장으로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시장이 방문했던 Y교회 앞에서 16일 낮 1시간 동안 항의시위를 벌였다.

김 목사는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목포지역 일부 교회와 지도자들이 선거 때마다 정치적 편들기를 서슴치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인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교회방문에 대해 교회 당사자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않거나 오히려 방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배시간을 정치선전장으로 방조하는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결여된 분별력과 균형감각은 반기독교적인 모습이며 거룩해야 할 예배를 정치마당으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시장이 지난해 8월 일요일을 이용해 목포시내 20여개 교회를 방문해 예배시간에 단상 앞에서 각종 시책에 관해 소개한 사례에 대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있었다.

이와관련 목포시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벌인 끝에 현장녹음 테이프 등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조치인 정 시장 앞으로 주의공문만 보내기도 했었다.

정 시장의 교회방문에 대해 목포시 당국은 “기독교인으로서 관내 교회를 방문해 함께 예배드리는 차원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직무 수행 성격이 아닌 휴일에 교회를 순방하는 것 자체가 선거용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지난 7일부터 박준영 전남지사는 매년초에 정례적으로 해왔던 도내 22개 시군을 연두순시하며 도민과의 대화를 개최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언론에서 “선거를 앞둔 시기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보도가 나가자 전남도는 오해의 우려가 있다며 시군 연두순시를 선거이후로 연기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정 시장은 지난 1월 설 명절을 직전에 시작한 22개 동 연두순시와 주민과의 대화는 이번주에도 계속하고 있다. 동별 연두순시가 매년 정례적인 직무 중의 하나지만 전남도의 취소결정과 대조적이다.

한편 목포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2월말 서울에서 목포로 이사한 정 시장은 그해 3월 목포시내 B교회 신입교인으로 정식 등록했었다.

B교회는 정 시장이 지난 4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인 5월초 집사로 임명해 이른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정 시장이 교회에 등록한 지 2개월이 되지 않은 때였다.

정 시장의 관내 교회 순방에 대해 일부 교인들은 “최소한 주일 대예배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드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특히 교계에서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단체장 직무와는 무관하게 교회순방을 계속하는 것이 진정으로 은혜스러운 일인지 여부가 논란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정 시장의 교회방문과 관련 일부 목사들의 반론도 있다. 그래도 시장이 방문했는데 예우는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시장측에서는 대부분 사전에 교회 관계자들과 연락 한 뒤 교회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회에서 초청 형식인지 방문형식인지를 떠나 단상 앞에까지 나오게 해 인사말까지 하게 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때에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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