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나경원은 “남북평화통일의 설계자 였다“
3년 전 나경원은 “남북평화통일의 설계자 였다“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9.03.14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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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개성공단과 남북 FTA 모색하고
남북이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길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을 파장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불과 4년 전 신문에 기고한 글이 새삼 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경원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5년 7월 당시 중앙일보의 [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제목에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 이루도록 지원하자’며 제2, 제3 개성공단을 만들고 남북FTA를 추진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특히 나 의원은 “경제분야의 교류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지난 70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가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남과 북이 협조해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5.07.23 15:03 수정 2015.09.23 15:11

[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4)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 이루도록 지원하자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https://mnews.joins.com/article/18302591

의심할 여지없이, 하나의 민족이요 하나의 땅덩이였다. 두 눈으로 확인하고 가슴으로 느낀 북중 접경지대는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내게 각인되었고, 백두산 천지와 북녘 땅을 마주한다는 설레임으로 시작한 여정이 가슴에 새긴 것은 결국 ‘통일’이라는 두 글자였다.

제2, 제3의 개성공단과 남북 FTA 모색하고

남북이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길

우리의 백두산을 가기 위해 이리도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가, 다소 씁쓸함을 느끼며 처음 내린 곳은 바로 연길공항이었다. 우리 민족의 디아스포라가 시작된 곳, 1952년 ‘조선민족 자치구’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곳의 조선족 비율은 약 36%. 그러나 굳이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지난 고구려 역사를 덧붙이고 조선의 몇 대 손임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같은 언어와 풍습을 가진 이들은 분명 한민족이었다. 무엇보다 남,북한 주민과 빈번한 왕래가 있는 이곳에는 북한과 연결되는 국경통상구가 다수 있을 뿐 아니라,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는 다리들이 건설 중이거나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북-중간 새로운 경제교류 국경다리라 일컬어지는 ‘신두만강대교’ 건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연내 준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연변이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여 통일 한국의 전초지로 역할 할 수 있는 이유이다. 여기에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중 FTA를 적극 활용하여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등 연변의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면, 연변은 통일을 위한 한중 협력의 배후지로서 뿐만 아니라 통일 한국의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변을 뒤로하고, 북파니 서파니 어지러운 팻말들과 오락가락 내리는 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다른 곳, 백두산 천지! 아무에게나 쉬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천지가 눈앞에 펼쳐진 것도 감동이었지만, 그 깊고 너른 품에 우리의 아픈 역사가 모두 녹아 있는 것만 같아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민족이 겪어온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한민족임에도 갈라져 있어야만 하는 아픔을 다 안다는 듯 천지는 그렇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곳에 담긴 우리 민족의 한이, 새로운 통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농축된 에너지를 어떻게 뿜어낼 것인가?

안타깝게도 지금 남북은 통일을 위한 여정에 첫 걸음을 내딛기는 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지금의 북한정권이 발걸음을 맞추기엔 까다로운 상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가 먼저 적극적인 제안으로 북한의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장더장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북한이 원하는 것을 한국이 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북한에게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북한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잘 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조금의 변화라도 만들어 가는 것. 그런 점진적 변화가 통일로 가는 작지만 큰 행보가 될 것이다. 조그만 구멍이 둑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처럼, 남북간 분단의 벽도 작은 교류를 시작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분야에 있어서의 교류 확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날 서독은 동독의 정치적 요구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경제적 요구에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우리 역시 지난 70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 제2, 제3의 개성공단 설립이나 남-북 FTA 체결 등 획기적인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함께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고, 금강산과 태백산을 묶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상호간 접촉과 이해의 면을 넓혀가 보는 것은 어떨까? 남북의 주민이 감성적으로 통일을 원하며 끊임없이 호흡하고 노력을 한다면...

갖가지 상념 끝에 어느덧 도착한 곳은 북한, 러시아, 중국의 국경이 등을 맞대고 있는 용호각이었다. 더 이상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멈춰서있는 중국 팡촨의 모습에,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남북의 현실이 떠올랐던 것일까. 천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파장이 일었다. 그리고 그간의 어지러운 상념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통일은 우리 혼자만이 할 수도, 남들에게 맡기기만 할 수도 없다는 것. 우리 스스로 통일을 주도해나가야 하겠지만, 통일을 국제사회의 공통 관심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주변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통일 외교가 중요한 이유이다. 남과 북을 넘어 중국, 러시아와 경제협력은 물론 평화협력을 위한 논의를 하루빨리 시작해야 한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이를 위한 의미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의 통일은 차가운 머리만으로도, 뜨거운 가슴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과거와 현재가 담긴 북중접경지대가 이제는 통일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전초기지가 되길 바라며, 통일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해 본다.

[출처: 중앙일보] [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4) 북한이 '대동강의 기적' 이루도록 지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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