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영·호남 ‘꿈과 우정의 약속카드’ 개봉
20년 전 영·호남 ‘꿈과 우정의 약속카드’ 개봉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9.05.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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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된 그때 주인공들, 약속카드 낭독하며 영·호남 화합 다짐

“저는 수학을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이 저의 도움으로 모르는 문제를 풀어내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이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1999년 당시 법성포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던 목포용해초 최현일(32) 교사는 20년 전 묻은 타임캡슐, ‘꿈과 우정의 약속카드’에 적은 꿈(의사)과는 달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 교사는 당시 약속카드의 ‘20년 후 나의 모습’ 란에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면서 보람된 삶을 사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의사 대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 교사의 ‘20년 성장 스토리’는 영상 다큐로 만들어져 타임캡슐 개봉행사장에서 상영됐다.

지난 17일 오후 2시 담양군 가사문학면 전남도교육연수원에서는 ‘영·호남 꿈과 우정의 약속’ 타임캡슐 개봉식이 열렸다. 같은 시각 경남 의령 소재 경남학생교육원에서도 20년 전 함께 묻었던 타임캡슐이 열렸다.

이날 개봉된 약속카드는 1999년 5월 26일 전남과 경남의 초등학교 어린이회장 1,072명(전남 559명, 경남 513명)이 묻은 것이다. 이들은 카드에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혈액형, 자기소개, 장래희망, 20년 후의 나의 모습,  친구에게 바라는 글 등을 B5 크기 용지에 작성한 뒤 코팅했다.

전남도교육청과 경남도교육청은 이 카드를 타임캡슐에 봉인해 전남교육연수원과 경남학생교육원(당시 경남덕유교육원 의령분원) 앞마당에 각각 묻었고, 20년 만인 이날 마침내 개봉한 것이다.

전남교육연수원 앞마당 땅 속 깊숙이 묻혀 있다가 20년 만에 빛을 본 559장의 약속카드에는 새천년을 앞둔 전남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현일 교사처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서부터 대통령, 축구선수, 아나운서, 과학자, 교사, 대학교수, 법관, 검사, 디자이너, 가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장래희망으로 올려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119구조대원이 되어 어려운 일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고 싶다”는 아이, “UN사무총장이 되어 전쟁과 기아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이끌어가고 싶다”는 당찬 꿈을 가진 아이도 있었다.

특히 이들은 ‘경남 친구에게 바라는 소망’으로 “얼굴도 모르지만 사이좋게 잘 지내자” “어른들이 말하는 지역감정을 우리는 갖지 말자” “이웃처럼 친하게 지내자” 등의 메시지를 담아 영·호남 화합과 우정을 기원했다.

이날 개봉행사에는 타임캡슐의 주인공 50여 명이 참석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고 성인이 된 자신의 모습으로 세월의 흐름을 증명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날 개봉한 타임캡슐과 약속카드를 전남과학교육원에 임시 보관한 뒤 설립예정인 전남교육박물관으로 이관할 계획이며, 표지석은 전남교육연수원에 보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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