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1) 두 지역신문 보도의 치명적인 결함은 무엇?
[미디어 비평] (1) 두 지역신문 보도의 치명적인 결함은 무엇?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9.11.04 2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의 개인 의견ㆍ주장을 '기사화’

기자는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해 시시때때로 열광하는 스포츠 관중이 아니라, 냉철한 구경꾼이어야

정직한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기사와 관련된 사실을 충실하게 담되, 자신의 견해가 기사 속에 스며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소설가와 기자의 차이

소설가와 기자가 있다. 소설가는 자신의 상상에서부터 시작해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소설가는 자신이 작품에 대해 시작과 끝을 미리 설정해 놓고 첫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러기에 한 편의 소설에는 집필자의 주장과 의식구조에서부터 사유세계가 침전돼 있다.

그러나 기자는 ‘사실’을 토대로 ‘진실’을 추적하는 직업이다. 기자는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해 시시때때로 열광하고 분노하는 스포츠 관중이 아니라, 냉철한 구경꾼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정직한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기사와 관련된 사실을 충실하게 담되, 자신의 견해가 기사 속에 스며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

이런 내용은 과거 한국언론연구원 등지에서 주관하는 수습기자 연수에서 기본적으로 교육하는 ‘기자가 되기 위한 ABC’ 강의 내용이다.

 

-'김종식시장이 개입해 탈락시켰다'는 구체적 내용이 없다

이제 <목포시민신문>의 지난 10월 21일자 ‘김종식 시장, 59년 붙박이 시금고 기업은행 내쫒다’ 기사를 보자. 독자는 신문을 볼 때 제목을 먼저 보고 기사내용을 읽는다. 그래서 제목은 그 기사의 문패 역할을 한다.

기사 제목을 본 독자들은 ‘김종식 시장이 직접 주도해 목포시 예산을 59년 동안 예치해 온 기업은행을 (관련 규정을 어기고 부당하게) 탈락시켰다’고 인식할 것이다. 더구나 ‘내쫒다’라는 용어에는 부정적인 이미지, 즉 부당하다는 어감이 포함돼 있다.

 

-기사, 논리의 비약이 초래한 신뢰성 부족

여기에 ‘심사위원에 지방선거 관여자 참여’했다며 ‘심사 항목평가에 공정성 논란’이 있다고 부제목까지 달았다. 부제목의 의도는 ‘공정성 논란의 발단은 선거 관여자의 참여 때문’이라고 독자들이 인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독자들은 ‘김종식 시장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인사들을 심사위원으로 투입해 의도적으로 기업은행을 탈락시켰다’고 받아들인다.

논리의 비약이다. 기사를 작성하기 전부터 기자의 머릿속에는 59년 맡아온 기업은행이 앞으로 계속 맡아야 한다는 주관적 판단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기에 기업은행이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보고 있다.

 

-제목에는 김종식 시장, 본문에는 없어

그러나 기사 본문에는 ‘김종식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 기업은행을 탈락시켰는지’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 심사위원 중 김시장 선거관여자들이 참여했다고 하고 있지만 그들이 김종식 선거캠프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실제로 김시장의 복심으로 시금고 심사위원으로 투입됐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만약 그런 정황이 있었다면 취재가 안됐든지 아니면 기자 개인의 의견이다.

특히 기사제목에는 ‘김종식 시장이 기업은행을 내쫒았다’고 했지만, 기사 본문에는 김종식 시장은 아예 언급되지 않고 있다.

언론은 취재가 완성되지 않은 기사는 보도해서는 안된다. 사실이 왜곡되기에 그렇다.

 

-기업은행 탈락 이유가 김시장 선거관여자?

이 기사의 더 큰 문제점은 시금고심사위원회의 심의과정이 비공개라고 하지만 기자는 심사과정과 의결과정에 대해 탐사취재했어야 한다. 비공개 내용을 취재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 아닌가.

의결 과정에서 ‘김시장의 선거 관여자들이 나서서 59년 된 기업은행을 (부당하게) 탈락시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기사에 없다.

이와함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심사기준 항목에서 기업은행이 어떤 내용을 제시했는지, 선정된 광주은행과 비교 분석한 내용이 기사 본문에 언급돼야 타당하다. 광주은행보다 객관적으로 인정할 만한 타당한 제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이 탈락됐다면 기사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제목은 ‘59년 된 시금고 기업은행 탈락, 광주은행 선정’이 적절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제목은 당연히 기업은행과 광주은행이 제시한 내용을 뽑아야 맞지 않을까.

 

-박홍률 전 시장 반박·해명을 취재하지 않았다

<목포신문> 10월 31일자는 ‘박홍률 전 목포시장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제목과 부제목을 통해 한양대 연구진실위원회의 발표자료를 인용하며 ‘충격’ ‘도덕성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적 미아 되나?’ 논문 표절이 ‘민주당 공천 배제 원칙 준용’이라는 부제목까지 달았다. 기사를 본 독자들은 ‘박홍률 전 시장은 논문표절로 도덕성 시비에 공천배제로 정치적 미아가 될 것’이라고 인식할 것이다.

그런데 공인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라는 민감한 보도를 할 때는 반드시 당사자인 주인공의 해명 또는 반박 인터뷰가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을 기사화는 하는 것은 필수다. 판단을 독자들이 할 수 있도록 해야 공정성을 갖춘 보도다.

그러나 본문에는 ‘박홍률 전 시장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고만 있을 뿐 기자가 박홍률 전 시장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한 내용 등이 전혀 없다. 진실위라는 일방의 내용만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한양대 연구 진실위원회의 위원장을 실명으로 기사화하고 직접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돼야 타당하다.

 

-기자 개인적 의견·감정표출 기사화

기사 전체적으로 박홍률 전 시장은 석사논문 표절→충격과 도덕성 논란→민주당 복당 불가능 으로 전개하고 있다. 특히 본문에서 ‘한양대 진실위의 표절 결정에 대해 박 전 시장이 재심신청을 했지만 기각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쓰고 있다. 기각했다는 소문을 전해들은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소문을 직접 확인해 사실이라면 ‘기각을 결정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써야 맞다.

이런 중요한 사안에 대해 기자가 한양대 진실위가 박 전 시장의 재심신청을 기각결정을 했는지 직접 확인취재했어야 완성된 기사가 되는 것이다.

논문표절이 사실이라면 목포시장을 했던 공인으로서 ‘도덕성 시비’까지는 독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일 것 같다.

그러나 ‘정치적 미아’ ‘내년 총선때 특정후보 지지로 곱지 않은 시선’이라는 기사내용은 논리의 비약이자 기자 개인의 감정과 주장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MBC의 <피디수첩>이 국민들로부터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는 이유는 취재자가 자신의 개인 주장이나 의견을 방송내용에 직접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취재원들이 말하는 인터뷰 내용을 방송주제에 맞게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이 판단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