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의회, ‘황제접종’ 어떻게 급속 유포됐나
목포시의회, ‘황제접종’ 어떻게 급속 유포됐나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9.11.17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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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제명건으로 촉발된 감정의 골, 상호 고발전으로 비화?

■ 모든 이야기의 시작

목포시의회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이번에는 시 보건소의 독감백신 '출장 예방접종' 논란이다.

지난 11월 7일 목포시의회 3명 안팎의 의원들이 맞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시 보건소의 독감백신 출장접종 사건은 당일 짧은 시간대에 목포시내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있었는데도 그렇다. 누군가가 미리 알고 지켜보고 있었을까?

 

■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사건 당일인 그날, 7일은 목포시의원들이 소집된 회의 기간도 아니었다.

주사를 맞은 것으로 알려진 곳은 의회청사 3층 K의원실이다. 주사 맞은 시간대도 오후 4시쯤으로 알려지고 있다. 1인 1실 의원사무실과 전문위원실 등이 있는 의회 청사 3층은 평소에도 출입자가 많지 않다. 오후 시간대였으면 더욱 인적이 드물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A기자는 지난 15일 전화통화에서 제보접수 시간을 7일 오후 4시 20분쯤이라고 했다. 그것도 시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A기자는 “접종이 끝난 직후에 (주사를 맞지 않은)의원으로부터” 동료의원들을 고발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 페이스 북에서 사라진 ‘출장접종’ 비판글

또 그 시간 무렵, 페이스 북에도 출장접종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됐다. 게시자는 인터넷에서 복사한 것으로 보이는 예방접종 사진과 함께 이렇게 썼다.

‘뱃지 달고 먼저 맞은께 좋겠다. 니들에게 뭘 기대할까....’ 이런 내용이다. 출장 접종사실을 시의원으로부터 전해 듣고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올렸지만, 누군가로부터 글을 내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앞으로 전개될 파문이 작지 않을 것 같아서 삭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페이스 북 글을 보고 출장접종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기자도 있다. 이처럼 불과 2시간도 안된 시간대에 급속하게 전파됐다.

■ 출장접종 의원, 소수에 불과하지만 ‘일파만파’

비슷한 사례로, 전체의원 15명 중 13명이 출장 예방접종을 맞은 서울 서대문구의회와 비교해 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주사 맞은 목포시의회 의원은 전체 21명 중 3명 안팎에 불과하다.

다른 시각에서 봤을 때, 특히 언론 입장에서는 ‘가십거리’로 처리될 법도 했다. ‘황제 예방접종’으로 비화되면서 목포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흔들어 놓았다.

지금까지 목포시의회, 기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한 결과, 출장 예방접종 사건을 언론 등을 대상으로 퍼뜨리기 시작한 주인공들은 목포시의원들임은 분명해 보인다.

‘내부자 고발’로 시작된 것이다.

■ 다시 돌아보는 김훈 성희롱 사건

올해 목포시의회는 이런 격변이 있었다.

7월 16일, 김훈 성희롱 논란 본지 처음 보도

8월 12일, 목포시의회, 비공개 기명투표방식으로 의원직 제명의결

8월 26일, 김훈 제명안에 반대하며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졌던 의원들 본지 단독보도

8월 28일, 김훈 제명안에 반대 또는 기권했던 의원 6명 목포경찰서에 고소장 접수.

목포시의회는 지난 8월 12일 성희롱 논란의 주인공인 김훈 전 의원에 대해 비공개 투표로 찬성 15표, 반대 2표, 기권 4표로 간신히 제명안을 가결시켰다.

그 뒤 본지는 지난 8월 26일 김훈 제명안을 반대하거나 기권했던 의원들을 확인해 당사자들의 인터뷰와 함께 단독보도했다.

 

■ 고소장에 적힌 의원들, 그날 그 장소에

보도 이틀 뒤인 지난 8월 28일, 반대 또는 기권한 의원 6명은 목포경찰서에 피고소인을 ‘성명불상자’로 기재해 명예훼손혐의 등으로 고소장를 접수했다.

고소장을 보면, 먼저 동료의원들 이름이 나온다.

요약하면 이렇다.

‘목포시의원 김수미, 김근재는 8월 20일 김휴환 의장에게 김훈의원 제명안 (비밀기명)투표결과를 열람 신청했고, 이때 김휴환 의장은 ’열람한 정보는 유출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고 비공개 회의록을 열람한 바 있다’

김훈 건에 대해 기권 또는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고소장을 통해 사실상 동료의원들을 지목했다.

비공개 투표결과를 알 수 있는 이들은 회의록이 작성된 후 확인절차를 거쳐 사인을 해야 하는 결재권자인 김휴환 의장이다.

또 회의록 열람을 했던 김수미, 김근재 의원이다.

김훈 제명안 표결시 기권과 반대했던 의원들은, 즉 자신들의 명단을 외부로 유출했을 것으로 이들을 의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김오수 의원은 내년 후반기 의장선거 경쟁자?

 

다시 출장 독감예방접종을 했던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난 7일 목포시의회 3층, K의원실로 가보자.

목포시의회 기획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모였다. 김오수 위원장을 비롯 김근재, 장복성, 이재용, 백동규, 김수미, 이금이 등 7명이지만, 이날 장복성, 이재용, 백동규 의원은 오지 않았다.

위원장인 김오수 의원은 초선이지만 지난해 7월 지방선거 직후, 의회 출범 시 더불어민주장 시의회 의장후보 경선 때 출마했다가 접었던 전력이 있다. 내년 6월 예정된 후반기 시의회 의장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김훈 성희롱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던 의원들이 있었다.

제명 의결 시 기권 또는 반대한 의원들이 지난 8월말 목포경찰에 접수한 고소장에 적힌 김수미, 김근재 의원이 있다. 비공개 회의록을 열람했던 주인공들이다.

■ 시의원과 시민단체가 소통

11월 13일자 <지역신문>에 시의원 ‘황제접종’이 대문짝하게 보도됐다. 이 신문은 통상적으로 발행일 전날인 12일 오후부터 목포시청에 배포되기 시작했다.

한 시민단체는 이 신문이 배포된 다음날인 13일 아침에서야 성명서를 지역과 중앙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이제 ‘황제접종’은 목포지역 이슈가 아니라 전국적 이슈로 확산됐다.

그런데 이 시민단체는 12일 낮까지만 해도 ‘황제접종’ 에 대해 소문만 들었지 아직 사실파악을 하지 못한 단계였다. 이 단체가 황제접종을 첫 보도한 <지역신문>을 접한 시간은 12일 오후 늦은 시간대였다. 이례적으로 누군가로부터 친절하게 이 <지역신문>을 직접 받아 기사를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신문에 보도된 기사는 유료여서 인터넷으로 보기 힘들다. 그래서 sns를 통해 핸드폰으로 퍼나르거나 확인하기도 어렵다. 

직접 신문을 받아 본 시민단체는 밤사이 성명서를 작성, 다음날인 13일 새벽 6시 중앙과 지역 언론사 이메일로 배포했다.

시민단체 이메일을 받고 가장 먼저 취재를 시작해 보도해 중앙지는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3일 오전 12시쯤 ‘목포시의회 황제접종’을 보도함으로써, 시의회 출장예방접종 건은 본격적으로 전국뉴스를 타게 됐다.

지난 14일 목포경찰에서 출석한 목포시보건소 관계자들은 출장 예방접종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이 사법기관에서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라도 목포시의원들 간 불신과 감정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가 주민의견을 반영하고 지방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제역할은 하지 못한 채 ‘식물 지방의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의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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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연산동시민 2019-11-23 21:03:00
썩은 목포시의회
시민들을 위해 노력하지하고
못된짓만하는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