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2) 기사제목, 독자를 헷갈리게 하다
[미디어 비평] (2) 기사제목, 독자를 헷갈리게 하다
  • 정거배 기자
  • 승인 2019.11.26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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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반대파’가 아닌 ‘김훈제명 반대파’가 적절
‘민주당 도당 인사 연류’가 아니라 ‘연루’

 

신문기사 제목은 기사본문 전체 내용을 압축한다. 제목은 독자의 관심을 유발시켜 본문까지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기사의 제목은 기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을 달 때는 항상 독자를 생각하고 독자 눈높이를 감안해야 한다. 기사제목은 하나의 문장이 아닌 간결성이 생명이다.

그동안 한국신문들은 통상 제목의 글자 수를 한 줄에 12자로 한정해 왔다. 제목이 길어질 때 독자들의 집중력이 분산되고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습기자 교육에서는 ‘기사문장은 초등 5학년 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장도 당연히 간결해야 한다.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주제만 넣어야 한다. 독자들을 고려해 전문적이고 어려운 용어들은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

독자들이 ‘읽기 쉽고, 보기 쉽게해야 한다’는 편집의 ABC원칙은 지면신문이나 인터넷신문 모두 동일하다.

<목포투데이> ‘장송지 의원 직접 인터뷰‘ 아쉬움

1주일 간격으로 발행된 <목포투데이>와 <목포시민신문>은 목포시의회 의원 간 불륜설을 다루고 있다. <목포투데이>는 장송지 시의원이 sns 댓글을 통해 불륜설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목포 황제독감파문 이제 불륜설 ’불똥‘], 부제목으로 [인터넷 기자 sns에 ’성희롱 반대파 의원들의 보복?], [장송지 의원 ‘불륜 루머에 의회 욕먹을까 조언’ 발끈] 이라고 달았다.

우선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는 독자 입장에서 제목들만 보면 무슨 내용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 기사의 근거가 됐던 장송지 시의원의 댓글 자체가 무엇을 지적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그러기에 보도한 기자는 기사의 완성도를 위해 (시의원 간) 불륜설을 언급한 장 의원에 대한 추가 취재를 했어야 타당하다.

더 헷갈리게 하는 것은 두 번째 제목이다. ‘성희롱 반대파 의원들의 보복?‘, ’성희롱 반대파‘가 무슨 뜻인지 독자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제목은 ’성희롱 반대파 의원들‘이 아니라 ’김훈 제명 반대파 의원들‘이라고 해야 적절하다. 더 나아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지난 8월 12일 목포시의회에서 있었던 성희롱 논란이 된 김훈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 표결시 반대 또는 기권했던 의원들‘을 추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 <목포시민신문> 제목에 대형 ‘오자’ 사고

<목포시민신문>의 기사는 시의원 간 불륜설은 조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의원간 ‘불륜설’ 조작 드러나 ‘충격’], [민주당 도당 인사 연류...경찰 수사 중]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이 신문은 제목에서부터 중대한 실수를 했다. ‘민주당 도당 인사 연류’가 아니라 ‘연루’가 맞다. 기사 본문도 아닌 제목에서 ‘오탈자’를 내는 건 대형 사고다. 해당 신문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기사가 전체적으로 스토리 전개가 난잡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학술논문이 아닌 매체의 보도기사는 간결성을 생명을 한다. 어떤 사건의 발생과 전개과정을 간결하게 써야 한다.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를 여러 차례 독자 입장에서 반복적으로 읽으며 문구를 수정 또는 보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 제목은 어떻게 손질되는가

통상 신문사의 편집국 시스템은 편집국에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를 포함해 편집부가 있다. 취재해서 기사를 쓴 기자는 자신의 기사 맨 뒤에 ‘가제목’을 단다.

데스크라고 부르는 부장에게 넘어간 기사는 다시 제목을 손질해서 달던지 아니면 편집부로 넘겨 편집부 기자가 지면별로 편집하기 전 기사내용을 세심하게 검토해 기사제목을 단다. 지면배치, 즉 조판이 끝난 신문지면은 윤전부로 넘어가기 전에 프린트해서 다시 편집국장과 담당 부서 부장이 검토하게 한다. 이럴 때는 통상 기사 내용보다는 면별 기사배치 상황과 기사제목들을 최종 손질하게 된다.

하지만 소규모 인력의 지역신문에서는 기자를 쓴 기자가 제목을 달게 된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제목들이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신문이 발행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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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영 2019-11-26 22:48:58
기사 쓴 박근영 교수입니다. "목포투데이 기사 속 인터넷 기자는 저 정거배입니다"? 포함시키지 그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