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민주당 목포, 우기종후보가 놓쳐버린 것들
[분석] 민주당 목포, 우기종후보가 놓쳐버린 것들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0.02.16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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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사무소 폐쇄’ 결정은 근거지 없애는 격
‘이낙연 죽이기’ 주장은 ‘논리비약’으로 비춰질 수도

목포총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나선 우기종 예비후보가 중앙당이 자신에게 15%의 경선 감점을 준 것에 반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마지막 배수진을 쳤다.

우 예비후보(이하 후보)측은 선거 지휘사령부이자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선거사무소를 폐쇄하는 대신 길거리에 천막을 치고 임박한 경선준비에 들어갔다.

파부침주는 지금으로부터 2200년 전, 초나라의 명장 항우가 진나라 주력군과 운명적인 결전에 임하기 전에 내린 작전명령이었다.

강을 건너기 위해 자신의 군사들이 타고 왔던 배를 침몰시키고, 끼니를 해결할 솥단지를 모두 부숴버렸다. 그리고 3일 분의 식량만 병사들에게 주어졌다.

사마천의 사기에 거록대전(巨鹿大戰)으로 기록된 이 결전에서 항우는 진나라 군대를 제압하고 승리했다. 이 역사적인 전역에서 승리함으로써 항우는 천하대란의 와중에서 한동안 패권을 쥘 수 있었다.

■ 중앙당과 김원이, 2개의 전선 구축?

지난 13일 우기종 후보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 긴급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달 중앙당 후보접수 때 권리당원 명단을 확인하면서 다소 과도하게 조회했다는 이유로 감점을 준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을 향해 “이낙연을 죽이기 위해 우기종 후보를 경선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비난했다.

또 단순 과도한 조회를 불법 명단 유출이라고 주장한 김원이 후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이날 우기종 후보는 경선에서 치명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조치를 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당에 대해서는 불공정과 편파 결정이라며 공격했다.

그러면서 내린 결정이 선거사무소 폐쇄 그리고 중앙당에 이의신청과 김원이 후보측에 대한 고소고발 등 법적인 조치이다.

자신이 속한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자 후보인 김원이라는 2개의 전선을 만들어 놨다.

“ 산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산에 들어간 이가 아니라 산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사람이다”

■ 회견내용, 대시민 사과는 없고 분노만

하지만 우기종 후보측의 이런 격앙된 분위기 속에 내린 결정은 득보다 실이 많을 공산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이날 기자회견문 내용이 냉철함과 겸허한 분위기를 찾아 볼 수 없다. 반대로 분노와 흥분으로 가득 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불법 또는 당 내규 위반을 떠나 우선 논란이 된 주인공이 후보 자신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 후보의 회견내용은 유권자인 목포시민을 향한 송구함이나 사과 대목은 아예 없었다.

■ ‘이낙연 죽이기’ 주장은 역풍 우려

둘째. 자신이 소속된 더불어 민주당이란 공당이 내린 결정에 맞서 격앙된 내용의 회견문은 중앙당 지도부들이 볼 때 ‘미운 털’ 박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지금껏 한국의 정당들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선거 정국에서 중앙당 차원에서 한 번 발표한 조치를 다시 거둬들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만약 전국적인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할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중앙당을 상대로 한 이의신청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다.

셋째. 중앙당이 우기종 후보에게 불리한 조치를 내렸다고 해서 ‘이낙연 죽이기’로 몰고 가는 것은 또 다른 전략적 실책으로 보여진다.

일반 시민 눈높이에서 봐도 쉽게 납득하거나 수용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오히려 경선에서 불리해진 우기종 후보가 이낙연 소매자락을 붙잡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기종의 도움요청을 받은 이낙연 후보가 중앙당이 이미 발표해 버린 내용을 제고하라며 나서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중앙당이나 이낙연 자신도 우기종의 ‘논리의 비약’에 대해 동의할 지도 미지수이다.

전국의 선거 판도를 보고 상황판단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중앙당에서 보자면, 전남 목포의 한 후보의 반발은 ‘찻잔 속의 태풍’ 수준으로 보기에도 어려울 것이다.

■ 감점에 따른 대세론 꺾을 전략 부재 드러내

셋째. 지지층과 선거를 돕고 있는 조직의 집결 장소이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선거사무소 폐쇄결정은 전략부재에서 나온 ‘자살골’ 성격이 짙어 보인다.

우기종 후보가 경선에서 15% 감점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알게 된 뒤부터 선거조직은 동요하게 돼 있다. 벌써부터 목포 시중에서는 경선결과를 예측하는 대세론이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이다.

그런 면에서 선거사무소는 마지막까지 조직과 지지층을 결집하고 추스리는 근거지이자 진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근거지를 포기하고 길거리 천막을 택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시민들에게 동정표를 구하기 위한 전략에서 천막을 택했다면 더 큰 오판이다. 우 후보에 대한 시민정서가 중앙당의 불공정한 결정을 비판하며 촛불을 들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4·15 총선일이 가까워지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논란이 될 수도 있을 인물들에게 출마 포기 권유 또 후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당사자들은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읍참마속의 분위기 속에서 중앙당은 이런 방침을 내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봉주 전 의원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다.

본선에서 야당으로부터 공격당할 수 있는 표적을 미리 제거해버리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서 있었던 후보자 면접에서도 우기종 후보에게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에 대해 두 차례나 질문한 대목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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