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총선] ‘비하인드 스토리‘ 대방출
[목포총선] ‘비하인드 스토리‘ 대방출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0.04.18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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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별 최종 득표율 예측 근거
선거기간 기자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박홍률 전 시장의 행보
박지원, 18년 전 조선일보를 벤치마킹

 

# 박지원의 퇴장은 피로감 누적

박지원의 낙선은 선거 전부터 선거기간 내내 취재과정에서 예고됐었다. 민심은 ‘(박지원은)인제 그만 해야제’ ‘문재인정부를 도와야제’ 였다.

3번이나 찍어줘 12년 동안 목포에서 국회의원을 하게 해 준 유권자들의 ‘박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역력했다. 그동안 의정활동의 공과와는 별개였다.

여기에 4년 전 안철수를 따라 국민의 당으로 간 뒤 민평당, 대안신당, 민생당으로 옷을 갈아 입어온 박지원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강했다.

목포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고령의 박지원과 ‘차세대 주자’ 같은 50대 초반 김원이를 비교했을 때 이미지 대비가 선명했다.

투표일 보름 전 60대 중반인 남성은 ‘박지원을 돕는 지인이 함께 식사하자고 했으나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전투표를 마친 80대 초반의 어르신은 ‘주변에서 박지원을 찍으라고 했지만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1번을 찍었다’고 말했다.

 

# 후보별 최종 득표율 예측 근거-‘김원이 45~50% 박지원 35~40%미만’

이번 21대 목포총선은 예전에 없던 현역 국회의원 2명이나 출마한 3파전이었다. 당선권에 들려면 먼저 40% 이상 득표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치 9단 박지원은 목포서 내리 3선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5%를 넘지 못한 점에 주시했다.

또 인근 광주광역시의 경우 민생당 현역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선거 한달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맥을 못추고 있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김원이는 달랐다. 그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목포후보 중 유일하게 40% 대를 통과하고 있었다. 확장성이 보였다.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수도권과 호남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던 추세였다.

통상 후보자별 최종 득표율 예측은 선거 전 여론조사 지지도 평균에서 +5를 하면 된다.

개표 최종 득표율은 김원이 48.7%, 박지원 37.3%로 1만4000여표 격차 였다.

 

# 박지원을 도와준 이들의 면면

박지원을 위해 뛰었던 이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직간접적으로 박지원의원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박지원에 대한 부채의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들은 ‘왜 박지원의원이 한 번 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이거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예산 프로‘라는 주장만으로는 목포시민 정서를 설득시키기에는 명분이 약했다.

일부 교회 목사들까지 선거 운동에 뛰어든 이유는 박지원과 그동안 친분관계 때문이었다고 판단된다. 4년 이상 연락한 적이 없던 어느 목사님이 기자에게 전화할 정도였다. 목사들까지 선거운동에 나선 이유는 고전이 예상된다고 판단한 박지원의 간절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임을 추론할 수 있다.

 

# 박지원-김원이 ’인파이터-아웃복서‘

복싱경기에 있어서 통상 챔피언은 아웃복싱을 하고, 도전자는 끊임없이 밀어부치는 인파이팅을 한다. 도전자가 KO승부를 내지 않고 마지막 판정까지 가면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지원은 이번 선거기간 내내 김원이를 공격했다. 네거티브 성격이 강했다.

공약마다 물고 늘어졌고 홍보인쇄물, 선거차량을 외지에서 했다며 공격했다. 특히 박지원 열성 지지자와 운동원들은 페이스 북을 활용해 김원이를 공격했다. 선거 막판 목포대 의대를 둘러싼 논란증폭은 정점을 찍었다.

박지원측의 이런 모습의 내면에는 낙선에 대한 불안과 초조감이 역력하다는 반증으로 읽혀졌다.

반면에 김원이는 되도록 정면 대결을 피했다. 복싱에서 챔피언의 분위기였다. 정치 9단과 ’맞짱뜨기‘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돼 결국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기자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박지원과 김원이를 실탄(선거자금)면에서 비교할 때 박지원쪽이 우세했다. 코로나19로 식당이 한산한 분위기인데도, 퇴직공무원 등 여러 명이 모인 식당은 박지원 선거운동 목적의 모임이라는 사실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다. 그중 한명 이상은 박지원의 사람이 함께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쓴 기사를 보면 김원이를 공격하는 보도량이 훨씬 많았다. 실탄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김원이쪽은 언론 관리가 어려웠다.

반면에 박지원쪽은 기자들이 많이 붙었다. 일부 기자들은 박지원 선거사무실에서 ’예산프로 박지원‘ 피켓을 목에 매고 인증샷을 한 뒤 카톡으로 전파할 정도였다. 일부에서는 김원이를 공격하는 기사를 쓰고 수고료를 받는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 박지원, 18년 전 <조선일보>를 벤치마킹하다

박지원은 선거 초반에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이낙연을 연상할 수 있도록 ’호남 대통령론‘을 역설했다. 여기에 ’박지원이 민주당입니다‘며 인물론을 앞세워 구애작전에 주력했다.

그러다가 선거 막판 목포대의대 유치를 둘러싼 논란을 ’최종병기‘로 삼아 김원이를 공격했다.

’민주당이 목포를 버렸다‘ ’민주당이 김원이를 버렸다‘며 마지막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워딩은 18년 전인 지난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회창-노무현 대결에서 정몽준의 행보가 최대 변수였다. 노무현 후보와 함께 유세까지 하고 다니며 단일화 하겠다고 했던 정몽준은 선거일 하루 전 ’노무현 지지‘를 철회한다. 그러자 대선 투표일인 12월 18일 <조선일보> 1면 톱에는 ’정몽준, 노무현 지지철회‘, 사설 제목은 ’정몽준, 노무현을 버렸다‘였다.

 

# 박홍률 전 시장 사람들의 행보

2년 전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의 낙선고배를 마신 박홍률 전 시장은 권토중래 의지가 강하다.

이번 총선에서 박홍률의 사람들은 이렇게 이동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우기종쪽으로 많이 갔다. 우기종후보가 탈락하자 다시 당을 옮겨 민생당 박지원쪽으로 갔다. 물론 진도출신들이 많았지만, 박홍률은 선거판을 읽는 정무감각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작 박홍률은 손혜원의원이 주도하는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으로 갔다. 박지원 낙선을 벼르는 손혜원 그리고 친 민주당 성향의 열린민주당과 뭔가 모순되는 행보였다.

 

# 민생당의 몰락

21대 총선에서 민생당이 원외 정당으로 몰락한 것도 역시 예고됐었다. 우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생당은 전국 3%를 넘지 못했다.

여기에 민생당 현역의원이 가장 많은 광주광역시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심지어 50%포인트 이상 뒤지는 선거구가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광주전남과 전북 등 호남에서 민생당 후보들의 완패는 예상됐었다.

호남 유권자들은 4년 전 안철수의 국민의 당을 밀어줬던 기억이 있다. 국민의 당, 민평당, 대안신당, 민생당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갈지(之) 행보에 대한 심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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