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논란’ 김훈 전 시의원 관련 ‘가짜뉴스’ 팩트체크
‘성희롱 논란’ 김훈 전 시의원 관련 ‘가짜뉴스’ 팩트체크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0.05.09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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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자들, ‘법률상식도 없이 무책임한 기사작성’

 

동료의원인 김수미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 등 강제추행혐의로 피소됐던 김훈 전 목포시의원이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일부 지역주간지 등을 중심으로 ‘성희롱 오명 벗었다’는 등 법률상식에 무지한 보도가 이어졌다. 기자들이 기초적인 공부도, 확인 취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책임한 보도를 쏟아냄으로써 지역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취재와 기사작성을 위한 기본지침도 숙지하지 못한 ‘웃지 못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무혐의’ 처분, 두가지 이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자들은 ‘무혐의’와 ‘무죄’를 분간하지도 못하고 함부로 기사를 써댄다.

‘무혐의’는 검찰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뒤에 ‘처분’이란 명사가 붙는다. 물론 기소당하지 않는 피의자에게 내려지는 결정이다.

‘무죄’는 기소된 피고인에게 법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뒤에 ‘판결’이란 명사가 붙는다.

검찰에서 하는 무혐의 처분에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범죄인정이 안된다는 뜻이다. 피의사실을 확인해보니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되지 않기에,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한다는 의미이다.

‘증거불충분’이란 무슨 뜻?

다른 하나, 무혐의 처분 이유 가운데 ‘증거불충분’이다. 말하자면 피의자(피고소인)에 대해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어서, 또는 확보하지 못해서 검찰이 유죄판단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분명한 사실은 검찰이 김수미 의원이 김훈 전 의원을 상대로 고소한 강제추행죄에 대해 두 번째 이유인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훈 전 의원은 고교동창 관계 또는 절친한 일부 동료의원들이 검찰조사에서 김훈에게 유리한 진술을 함으로써 ‘증거불충분’이란 결과를 얻어 불기소 처분된 것이다.

이제 이 사건을 직접 조사한 뒤 작성한 광주지검목포지청의 지난 2월 24일자 ‘불기소 이유서’ 를 보자.

‘2019. 6. 7일 경 ‘000 오줌소리가 남자화장실까지 들렸다. 오줌소리가 센 걸 보니 정력도 센 것 같다’고 말한 혐의에 대해

검찰조사에서 김훈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고소인 김수미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은 이모 의원만 했다.

나머지 김, 문, 김모 의원은 김훈의 주장처럼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를 종합하면서 “피의사실을 인정할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9. 6. 18일 목포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동료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000는 얼굴은 그나마 볼만한데 얼굴 아래는 완전히 아니여’라고 모욕한 혐의에 대해

검찰조사에서 김훈은 이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김수미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은 김모 의원 뿐이었고 함께 있었던 문, 김, 이, 박, 김모 의원과 시의회 사무국직원들은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함으로써, 결국 검찰이 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리게 했다.

2019. 6. 18일 목포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실에서 마이크를 보며 ‘000는 빳빳이 슨 걸 좋아 한다’라고 말하며 모욕한 혐의에 대해

검찰조사에서 김훈은 성희롱 발언이 아니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수미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은 의회사무국 직원 박모씨 뿐이었다. 나머지 문모, 김모 의원은 (김수미 의원이) 서서 발언을 하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진술했고, 또 다른 김모 의원은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검찰은 "이런 진술을 종합해 피의사실을 인정 할만 뚜렷한 증거가 없어 증거불충분하여 혐의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9. 6.17일  2차 회식에 가자는 것을 거절하는 김수미 뒤에서 김훈이가 한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김수미의 목과 어깨를 안으면서 뒤로 잡아당겨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검찰조사에서 김훈은 이 행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실을 인정되지만 2차 회식장소로 가자는 의미로 잡아당긴 것으로 보이고, 함께 있었던 동료의원들의 진술을 종합했을 때 김훈의 행위만으로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증거불충분 무혐의 판단을 했다.

다만 검찰은 김훈이 김수미의 손을 잡는 등 유형력을 행사한 것은 폭행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기소결정을 내렸다.

시의회, 김훈 제명 근거 ‘의원 행동강령 조례’ 위반

따라서 일부 지역신문의 보도내용처럼 ‘김훈 전 의원의 성희롱 혐의가 없어 오명을 벗게 됐다’ 식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여기에 일부 신문에서 “이번 검찰의 기각 결정은 사법기관인 검찰이 공정한 잣대로 사건을 판단했다. 성희롱 혐의 무혐의 처분을 받고 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1인 시위 등으로 검찰을 압박한 시민단체의 행위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제3차 인격살인’이다”라며 김훈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인용보도했다.

이는 사건자체에 대한 불완전한 취재와 법률상식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사를 작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8월 있었던 목포시의회의 김훈 제명 의결에 대해서도 소설같은 오보 내지 가짜뉴스가 넘친다.

당시 목포시의회가 윤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제명안을 통과시킨 것은 법원에서 판단하는 유무죄 최종판결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목포시의회는 지난해 8월 12일 김훈에 대해 ‘목포시의회 의원 행동 강령’을 근거로 제명의결했다.

목포시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에는 제18조(성희롱 금지)에는 ‘의원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원 상호간 또는 소속 사무처 직원에게 성적인 말이나 행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김훈이 제기한 제명의결 무효소송에서 '제명이 너무 가혹한 징계'라는 법원의 판단도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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