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들
신안군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들
  • 정거배 기자
  • 승인 2021.02.04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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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차면 기울고, 물도 차면 넘치나이다‘

# 장면1

쏘옥~ 들어간 시군 통합론은 군수의 꼼수인가?

지난해 7월 박우량 신안군수가 난데없이 목포와 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이전까지 통합반대론자였던 박 군수의 입장변화에 대해 지역여론은 의아해 했다.

신안군은 민간이 주도하는 통합추진위원회 구성까지 재촉하는 등 통합론을 확산시켰다. 몸이 달아오른 군수는 지역방송에 나와 나름 ‘곱게 포장한’ 통합당위론을 들고 나와 역설했다. 박 군수는 압해읍에 추진위 사무실까지 마련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해가 바뀐 현재 박우량 군수의 통합론은 흐지부지 되고 있는 분위기다.

박 군수가 통합론을 들고 나올 당시 광주지검목포지청은 군수를 겨냥한 수사가 한창이었다.

군 본청 군수실 뿐 만 아니라 실과 사무실, 읍면사무소까지 모두 10여 차례 이상 압수수색을 했다. 직원들도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간신히 구속을 면한 박 군수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해가 바뀐 현재 태풍과도 같았던 ‘시군 통합론’은 눈 녹은 듯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4일 추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안군 담당직원들도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했고 군수가 자신의 재판 때문에 바빠서 시군통합문제에 신경을 못쓰고 있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기소된 박 군수는 오는 3월 23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자신의 장기집권 플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군수는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 시군통합론 꼼수를 들고 나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장면2

구속영장 기각 군수와 ‘공동운명체’ 기자들의 반응

지난해 8월 박 군수에 대해 수사해 온 광주지검목포지청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어 9월 4일 오전 박 군수는 광주지원목포지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했다.

이날 오후 3시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박 군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무안군 일로교도소에서 마음 조리며 대기하고 있던 박 군수는 풀려났다.

그러자 몇몇 기자들이 아주 신속하게(?) ‘영장 기각’ 낭보를 세상에 알렸다.

어떤 기자는 감격하여 SNS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박 군수를 향한 한없는 애정을 표현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일주일 전 검찰이 박 군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기사를 쓰지 않았던 기자들이었다. 물론 그 전에 검찰수사 상황도 보도하지 않았다.

군수와 공동운명체로 분류되는 언론과 기자들을 식별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 장면3

박 군수의 언론관 그리고 인품과 인격

어느 기자들은 신안군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 신안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아마 수의계약 현황이나 군수 판공비 집행현황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과 군수와의 면담이 성사됐다.

대화 도중 군수가 물었다고 한다.

“기자 누구와 가깝게 지내는가?”

“정거배 선배와 가깝습니다”

그러나 군수는 “그 자식”으로 시작한 워딩, 필자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박 군수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유투브 방송 또는 수차례 보도한 것에 대해 고교 선후배간 사적인 분위기를 내세운 것이다. 군수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서운하기도 하겠지만, 공적인 신분에서 일상적인 취재보도 행위를 문제삼은 것으로 판단된다.

주민들로부터 선출된 공직자가 자신에 대한 성찰을 먼저 하지 않고 정당하게 보도한 언론인을 비방하는 모습은 자신의 언론관 뿐 만 아니라 인품과 인격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천하를 얻을려면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천고의 진리를 알지 못했기 때문인지.

일만 열심히 하면 세상이 인정해 줄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까?

‘달도 차면 기울고 물도 차면 넘친다’는 세상만사의 이치를 망각한 것일까.

 

# 장면4

정보공개 청구자 개인정보를 업자에게 건네준 군청 직원

필자는 지난해 상반기 신안군이 특정업체에 수의계약 등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신안군에 해당 정보공개를 정식 절차를 밟아 청구했다.

그런데 며칠 뒤 어느 업자가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정보공개 청구를 철회해 달라는 것이었다.

필자의 정보공개 청구서를 접수한 신안군 계약부서에서 필자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신원을 그 업자에게 건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자 ‘전국 뉴스깜’이었다.

 

# 장면5

박 군수와 특정언론, 기자 그리고 정책보좌관

지난 2018년 하반기 박 군수가 취임하자 서울에 본사를 둔 모 인터넷신문사 대표를 데려와 신안군 직원들 앞에서 특강도 하게하고 도초도에 혈세를 투입해 인생학교를 개설했다. 관련 조례까지 제정했다.

이 학교 운영도 이 인터넷신문이 만든 재단에 맡겼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로 개점휴업이다.

여기에 ‘신안 찬가’를 써댔던 이 인터넷신문 기자를 지난해 4월 1일자로 5급 상당 군수 정책보좌관으로 채용해 신안군청 ‘무슨무슨 TF팀장’으로 앉혔다.

지난 12월 압해도에서 ‘랜선 애기동백 축제’ 개막행사가 있었다.

코로나로 비대면 랜선 축제여서 이 인터넷신문사가 유투브 생중계를 했다. 이 신문 서울 본사 직원들이 신안까지 내려와 생중계 스텝을 담당했다. 굳이 서울에 있는 업체까지 부른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비용은 얼마를 지불했을까.

신안군이 입에 거품물고 홍보하는 ‘보라색 퍼플교’는 군수님이 좋아하는 색깔인 줄 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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